| 제목 | [언론기사] 특별기고 - 식량안보가 국가안보인 시대, 식품과학의 역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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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식품생명공학과 | 등록일 | 2026-10-16 | 조회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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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건양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매년 10월 16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이다. 1945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창설을 기념하고 기아와 영양불균형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제정됐다. 풍요로운 식탁이 일상인 우리에게 식량이 부족한 세상은 낯설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SOFI)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약 6억 45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고, 21억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다. 식량 생산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모두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일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식량 문제는 이제 단순한 생산량을 넘어섰다. 기후변화, 국제 분쟁,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재편은 식량을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자원으로 바꿔 놓았다. 최근 국제 정세는 식량이 에너지나 반도체 못지않은 안보 자산임을 보여준다.
대한민국도 이러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고 농업 생산 기반은 제한적이라 해외 공급망이 흔들리면 국민의 식탁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적절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종합 역량, 그것이 오늘날의 식량안보다.
이러한 역량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가 식품과학이다. 과거 식품과학이 가공·저장·품질관리와 안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식량자원의 효율적 활용, 대체 단백질, 정밀 발효, 맞춤형 영양 설계, AI 기반 식품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제 식품과학은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 학문을 넘어 미래 식량 공급 체계를 설계하는 학문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가 '국방 식품'이다. 전쟁이나 대형 재난 시에는기존 식품 생산·유통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군 장병과 국민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려면 첨단 식품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투식량에 활용되는 레토르트 살균과 고차단성 포장 기술이다.
이를 통해 냉장 시설 없이도 식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고, 별도의 조리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극한의 추위나 고온, 격렬한 신체활동 등 특수환경에서 장병의 체력과 임무 수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열량·고영양 식품개발도 중요한 연구 분야다.
이러한 기술은 군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기 보존 및 고효율 영양식품 기술은 지진과 홍수 등 재난 현장의 긴급 구호식품과 취약계층을 위한 식품개발에도 널리 활용된다. 이처럼 국방 식품은 국가의 식량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고 국민의 생존을 지키는 중요한 과학기술의 영역이다.
미래 식량안보의 또 다른 해법은 지역에 있다. 충청남도의 다양한 농식품 자원에 첨단 가공·바이오 기술을 접목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이를 위해 지역 농업과 식품기업,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결되는 산학연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이 모든 혁신은 결국 사람이 한다. 미래 식품 전문가는 가공 기술을 넘어 생명공학, 인공지능, 식량안보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여야 한다. 필자가 몸담은 건양대 식품생명공학과가 국방 식품과 푸드테크를 특성화 분야로 삼고 글로벌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역 대학이 국가적 과제에 기여할 길이 여기에 있다.
올해 FAO의 주제는 'Innovate today. Nourish tomorrow(오늘의 혁신으로 내일의 식량을)'이다. 우리는 이제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를 넘어 '제한된 자원으로 얼마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공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식량안보는 더 이상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과 산업, 교육,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사명이다. 국가안보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식량안보는 그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가장 기본 토대다.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식품과학의 역할을 다시 묻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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